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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이 작년에 물러나겠다고 한 후 어느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후임 알아맞히기’ 게임이 벌어졌다. 수백 명이 5~50달러씩 돈을 걸었다. 미국 교육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 이름이 다 올랐다. 하지만 1년이 다 돼가도록 하버드가 후임을 결정하지 못해 내기가 취소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미국에서 하버드 총장이 누가 되느냐는 이렇게 국민적 관심사다.
▶지난 2000년 하버드대 ‘총장선임위원회’는 새 총장감을 찾아 나섰다. 우선 하버드의 교수와 학생, 동문, 정부관료, 교육계 인사 등 30만 명에게 편지를 보내 후보 추천을 요청했다. 그렇게 해서 추천 받은 500명엔 교육계 인사는 물론, 정치인과 정부 관리에 이르기까지 어지간한 유명인사 이름이 다 들어 있었다고 한다. 위원회는 이 중 300명을 비밀리에 인터뷰했다. 교황 선출보다 까다롭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8개월 후 재무장관을 지냈던 서머스가 27대 하버드 총장에 선출됐다.
▶서머스 총장은 2005년 “남성이 과학·기술분야 고위직에 더 많은 이유는 선천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총장이 성(性) 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해서 미국 사회가 뒤집혔다. 하버드를 개혁하겠다던 서머스는 결국 취임 5년 만에 총장에서 물러났다. 그 직후 하버드가 ‘여성 과학자’ 출신을 총장으로 선출해서 서머스 발언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지금까지 하버드 총장을 지낸 사람은 모두 27명이다. 평균 재직기간이 14년이다. 28대 하버드 총장은 여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총장선임위원회가 작년 12월 검토한 후보 명단에 미국 동부의 명문대인 프린스턴대, 브라운대, 펜실베이니아대의 현 여성총장이 모두 후보에 올랐다. 여성인 하버드대 법대학장,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총장도 후보다. 이웃 학교인 MIT엔 이미 작년에 여성총장이 취임했다.
▶371년 전 하버드는 학생 9명으로 시작한 작은 학교였다. 지금은 노벨상 수상자 43명을 배출한 미국 최고의 교육기관이자 291억 달러의 기금을 가진 미국 제일의 부자대학이 됐다. 하버드의 성공은 능력 있는 총장을 뽑아 왔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위기 때마다 혁신을 가능케 한 지도자를 잘 선택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두세 달 뒤면 신임 총장이 정해진다는 소식이다. 하버드가 올해는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