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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빠르다고? 그게 다는 아니지!
총포탄의 속도와 힘
 

베이징 올림픽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관심을 많이 받는 종목 중 하나는 아마도 ‘누가 가장 빠른가’를 가리는 100m 달리기. 우승자를 ‘인간 탄환’으로 부르곤 한다.

그렇다면 각종 총포의 탄환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가장 빠른 것은 가장 힘이 좋을까. 소총·화포·전차 등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지상무기들을 출전시켜 빠르기와 힘과의 관계를 확인해 보자.

총구 속도가 기준

차량과 함정·항공기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기름’이라면 소총·화포·유도탄 등에서의 이 기름은 ‘장약’ 또는 ‘추진제’가 된다.

소총을 예를 들자면, 소총의 탄은 사수가 방아쇠를 당겨 공이로 뇌관을 치면 추진장약이 점화돼 탄자가 총구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총에 장전된 탄은 공이가 뇌관을 칠 때, 혹은 뇌관에 전압을 줄 때 뇌관이 활성화돼 고온의 가루들을 분출하게 한다.

이 가루들이 한 방향으로 모아지면서 추진장약의 점화제를 점화하게 되고 이 점화제가 추진장약을 점화시키게 된다.

이때 고온의 가스가 발생하는데 탄저에 엄청난 압력을 형성하고 이 압력에 의해 탄자는 비로소 움직일 수 있는 (운동)에너지를 받아 엄청난 속도로 총강으로 진입·이동(추진)해 마침내 총구를 빠져 나온다.

탄자는 총구에서 나오는 그 순간 가장 빠른, 즉 최고속도를 보인다. 이를 총구속도 또는 포구속도라고 부르는데 ‘빠르기’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빠르기는 필요조건일 뿐

소총부터 살펴보자. 빠르기로 치면 M16이 돋보인다. 초속(이하 속도 단위 같음) 1000m. 국산 K2는 920m이며 K1A기관단총은 이보다 못미치는 820m이다. 7.62㎜ 탄을 쓰는 러시아제 AK47소총은 710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소총들은 왜 이 정도의 총구속도를 낼까. 총구를 떠난 탄자는 날아갈수록 속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공기의 저항을 받기 때문이다. 당연히 최초 추진장약이 터지면서 생긴 압력에 의한 운동에너지도 떨어진다. 이 운동에너지는 인명을 살상하거나 표적을 맞히는 힘이다. 이 힘이 너무 떨어져 살상이나 파괴라는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가치가 없어진다.

일반적으로 방호하지 않은 병사를 살상하는 데에는 80줄(joule)이라는 힘이 필요하다. 철모를 관통하는 데에는 420줄이 필요하다. 소총의 유효사거리는 이 80줄의 힘이 미치는 거리, 즉 약 450~500m다. M16의 경우 사거리 460m에서 꼭 80줄의 에너지를 갖는다. 다시 말해 총구속도 1000m가 돼야 460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적을 살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관총 부문에서는 소총과 같은 5.56㎜ 탄을 쓰는 K3의 경우 총구속도가 991m쯤 되지만 7.62㎜ 탄을 쓰는 M60기관총의 탄자는 885m의 속도를 낸다.

화포의 경우 M101A1 105㎜곡사포의 포구속도는 473m다. M114A1 155㎜곡사포는 이보다 빠른 564m, 8인치 자주형 곡사포 M110은 더 빠른 594m다. 구경이 클수록 포구속도가 빨라짐을 볼 수 있다. 포구속도는 소총에서와 마찬가지로 사거리와 절대적인 관계가 있다.

특히 같은 급에서 포구속도는 포신 길이와 약실의 압력이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지난 40년간 화포의 경우 23-45-52구경장으로 발전했다. 거의 2배 이상 증가했다. 52구경장의 포가 등장한 이유는 최대사거리로 40㎞를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빠르기는 ‘더 멀리’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조건일 뿐임을 알 수 있다. 이 거리까지 포탄을 날리기 위해서는 945m 정도의 포구속도가 필요하다.

155㎜곡사포인 K55와 K9을 비교해 보면 각각 39·52구경장으로 K55 포신이 6m 4.5㎝, K9는 약 8m 6㎝다. 따라서 같은 탄이라도 K9로 쏜 탄이 더 빠르게, 더 멀리 간다.

미래의 화포는 훨씬 더 빠른 포구속도를 갖게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현재 액체 추진제, 전자기적인 힘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연구 중이다. 미국은 2500~3000m의 포구속도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

대공탄보다 빠른 전차탄

이제 ‘지상전의 왕자’ 전차를 보자. 전차의 파괴력을 보았다면 당연히 그 탄의 빠르기가 제일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105㎜ 전차포용 날개안정철갑탄의 포구속도는 통상 초속 1400m 정도 되는데 120㎜급이 되면 1600~1800m로 더욱 빨라진다. 항공기를 잡는 대공무기 20㎜ 벌컨이 1030m, 35㎜ 엘리콘이 1175m 임을 감안하면 놀랍도록 빠른 속도다.

전차포로는 강선포와 활강포가 있다. 강선포보다는 강선이 없는 활강포가 포구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 포강에서 탄자가 움직이는 동안 가스를 전방으로 누출시키지 않고 압력 증가와 함께 운동에너지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우리의 K1전차는 강선포를 채택하고 있으나 이를 성능개량한 K1A1은 물론 차기전차(K2), 미국의 M1A1, 독일의 레오파드, 소련의 T-72 등은 모두 활강포를 쓰고 있다.

그런데 강선포 대신 활강포를, 포의 구경뿐만 아니라 길이를 길게 할수록 빠르기를 더할 수 있다. 미군의 M1A1전차와 우리의 차기전차(K2)는 같은 120㎜ 구경의 포이지만 55 구경장인 K2가 1.3m 더 길다. 같은 탄약이라면 파괴력이 더 크다.

그런데 전차탄으로 철갑탄이 아닌, 고온 고압의 금속성 가스인 메탈 제트를 좁은 면적에 집중시켜 장갑 관통 효과를 극대화한 화학에너지탄인 성형작약탄(HEAT)의 경우 그 파괴력이 속도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라이너의 품질, 탄이 표적에 충돌하는 면적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느려도 효과 좋은 박격포탄

그런데 총포탄 중 소리의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즉 아음속인 것이 있다. 대개 수천m 거리의 적을 제압하는 데 쓰이는 박격포탄이다. K4 고속유탄발사기의 경우 탄 포구속도가 240m이지만 제외하고. 느리다는 것은 사격 시 포강 내 압력이 낮다는 것이다. 포탄의 두께는 발사 시 압력을 견뎌 포강에서 터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므로 압력이 낮으면 포탄의 두께를 일반 포탄보다 더 얇게 제작할 수 있다. 그 이점은 무엇일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탄은 대부분 파편 효과를 노린다. 임의의 두꺼운 용기에 폭약을 넣어 내부로부터 터뜨려 보자. 용기의 조각은 크게 난다. 이보다 용기를 얇게 해 터뜨리면 산산조각이 난다. 즉, 두께가 얇을수록 폭약을 더 많이 넣어 파편이 많아지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더 큰 파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박격포는 땅에 떨어지는 각도가 수직에 가깝다. 파편이 거의 원모양을 형성하며 비상한다. 대개 일반 곡사포탄은 낮은 각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파편이 원형으로 비상하지 못한다. 하트 모양이 퍼진다. 파편효과가 떨어짐을 알 수 있다.

특급 전사가 '최고의 무기'

총포탄 중 빠르기의 왕자는 역시 전차의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이다. 파괴력도 으뜸이다. 하지만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수는 없다. 즉, 적 전차 파괴가 주 목적인 전차탄을 10명 정도 밀집된 병사를 공격하는 데 쓸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전차포탄으로 40㎞ 밖의 적을 공격할 수도 없다. 이 경우에 55구경장의 155㎜곡사포가 적격이지만 5㎞ 정도 거리의 밀집된 적을 제압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 이 경우라면 박격포가 더 효과적이다.

무기체계에 있어 빠르고 힘이 좋다고 최고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최고는 아니어도 가장 좋은 무기체계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그런 다양한 무기체계를 가장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군인, 그런 특급 전사야말로 최고의 무기체계가 아닐까.

사진설명
①초속 900m가 넘는 포구속도로 포탄을 최대 40km까지 쏠 수 있는 K9 자주포. 포신길이가 8m가 넘는다.
②K9 자주포 포신 내의 강선으로 포탄을 안정적으로 멀리 비 행시키는 효과가 있다.
③전차포가 날개안정분리철갑탄으로 장갑재를 관통한 것으 로 파괴력을 실감할 수 있다.
④탄의 속도는 느리지만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박격포.

2008.08.22 신인호기자 idmz@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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