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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기자 중 처음으로 미국의 최신예 이지스함 '채피(Chafee)'를 동승 취재했을 때 미 해군 관계자는 첨단무기 가격이 너무 비싼 데 따른 어려움을 털어놨다. CIWS는 구경 20㎜ 기관포로 날아오는 적 대함(對艦)미사일을 맞혀 떨어뜨리는 무기다. 대당 400만달러(40억원)인데 최근 성능 개량을 위해 카메라를 추가로 달았더니 그 카메라 가격만 9억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지스함은 최대 1000㎞ 밖에서 날아오는 항공기나 미사일을 발견하고 10~20여 개의 목표물을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어 현대 해군의 총아로 불린다. 그러나 찬사를 받는 만큼 돈도 많이 들어간다. 채피의 경우 기본적인 함정 가격은 우리 돈으로 1조1700억원 정도다. 여기에 각종 미사일, 전자 장비 등이 보태져야 함 성능이 제대로 발휘된다.
1300여㎞ 떨어져 있는 목표물을 족집게처럼 공격하는 토마호크 크루즈(순항)미사일 180억원어치, 사정거리가 130여㎞에 달하는 스탠더드 함대공(艦對空)미사일 123억원어치가 각각 들어간다. 이지스함의 심장부인 전투정보센터(CIC)에는 승무원들이 적 항공기나 미사일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콘솔(console)이 21개, 총 63억원어치가 설치돼 있다.
이런 것을 모두 합하면 전체 가격은 12억1837만달러(약 1조2180억원)에 달한다. 이를 1달러 지폐로 한 줄로 깔아놓으면 지구를 4.7바퀴 돌 정도다. 배를 움직이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최고 속력인 시속 49㎞ 이상으로 달리면 시간당 1700만원의 기름값이 든다.
그러면 첨단장비를 갖추고 돈만 들이면 이 '똑똑한' 이지스함은 알아서 척척 움직일까? 그렇지 않다. 미 해군 관계자들은 복잡한 최신 장비를 다룰 숙련된 인력이 구형 함정에 비해 더 많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승무원들에 대한 교육훈련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고 말한다. 연간 6~8개월 이상의 시간을 훈련 또는 작전을 위해 바다에서 보낸다. 레이더, 소나(음향탐지장비) 등 첨단장비를 다룰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1~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9000t이 넘는 이지스함을 움직이려면 숙련된 승무원 300여 명이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 군에도 이런 천문학적인 비용의 첨단무기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첫 국산 이지스함으로 지난해 진수(進水)된 세종대왕함이 올해 말 실전 배치돼 우리 해군이 본격적으로 운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세종대왕함도 건조비용만 1조원가량 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두 척이 진수된 1800t급 잠수함은 한 척당 3500억원이다. 올해 말까지 40대가 도입될 공군 F-15K 전투기는 대당 1000억원이고, 차기 전차 '흑표'는 대당 80여억원, 차기 보병 전투차량 XK-21은 대당 40여억원이다.
이런 고가(高價)의 첨단무기가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려면 우리 군은 숙련된 인력 양성에 더 큰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할 수밖에 없다. 미국 최신예 이지스함을 며칠간 타고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엄청난 돈이 든 첨단장비도 결국은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며,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