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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22와 현재 미 주력 전투기인 F-15·16·18 사이에 훈련을 통한 모의 공중전이 벌어졌다.
F-22는 지난해부터 실전배치되기 시작한, 윤이 반짝반짝 나는 신형 전투기다. 하지만 F-15·16·18 또한
현재 사용 중인 전투기 중엔 세계 정상급으로 꼽히는 것이어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144대(對) 0, 241 대 2. 첫 번째 주 훈련에선 F-15·16·18 144대가 격추될 때까지 F-22는 단 한 대도 추락하지 않았고, 훈련이 모두 끝날 때까지 F-15·16·18은 241대가 격추된 반면,
F-22는 2대만이 상대방에 얻어맞아 추락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결정적인 승인(勝因)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F-22의 스텔스 성능이었다. F-22가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F-15·16·18 등은 F-22가 접근하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수십 ㎞ 밖에서 중거리 공대공(空對空) 미사일 등에 뒤통수를 얻어 맞아 당했던 것이다.
F-22는 스텔스기의 대명사로 통하는 F-117 전폭기보다도 레이더로 잡기 힘들다고 한다. 레이더 스크린에 나타나는 미세한 점의 크기가 F-117의 4분의 1~6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레이더상의 항공기
크기는 RCS(Radar Cross Section)로 표시된다. F-22의 RCS는 0.0001㎡로 알려져 있다. 꿀벌이나
풍뎅이 같은 작은 곤충과 비슷하게 레이더에 나타나는 수준으로 사실상 탐지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F-117 스텔스 전폭기의 RCS는 0.0004~0.0006㎡, 우리 공군의 최신예기인 F-15K의 모체(母體)가 된
F-15E는 6㎡,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도입 중인 SU-30MKK는 4㎡인 것으로 해외 분석자료들은 밝히고
있다.
알래스카에서의 실험은 F-22가 조기경보통제기(AWACS)나 RC-135 통신감청 전략정찰기처럼 정보수집 및 정찰능력 면에서도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F-22기를 현재 세계에서
라이벌이 없고 공중전 전력(戰力) 균형을 깰 수 있는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 F-22 12대가 조만간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嘉手納) 미 공군기지에 배치될 예정이다.
임시 배치이기는 하지만 해외기지에는 처음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F-22의 주일 미군기지 배치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무력시위일 가능성과 함께 일본에 대한 판매 가능성 때문이다. 일본은 F-22 구매를 희망하고 있지만 아직 미국이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 F-22 판매를 승인한 적이 없다. 그러나 긴밀한 미·일 관계를 감안할 때 2010년 이후엔 판매승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일본은 이와 별개로 F-22를 모방한 스텔스기 개발을 추진 중이고,
중국도 F-22를 모방한 J-13, J-14 차세대 스텔스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공군도 내심 F-22 구입을 바라지만 대당 1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가격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제는 미·일·중 주변국의 움직임을 더이상 방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난해
알래스카 모의훈련에서의 참담한 결과가 유사시 우리에게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