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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 사랑] 추석의 유래

 

이덕일 역사평론가 newhis19@hanmail.net
입력 : 2007.09.20 22:52

    추석은 언제부터 민족의 고유 명절이었을까? 중국의 ‘후한서(後漢書)’는 부여는 납월(臘月·음력 12월)에 영고라는 제천행사를 열고, 고구려는 10월에 동맹, 예(濊)는 10월에 무천(舞天), 한(韓)은 5월과 10월에 축제를 연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행 국사교과서도 이를 인용해 싣고 있는 반면 추석에 관한 기술은 없다. 추석에 대한 첫 기록은 ‘삼국사기’ 신라 유리이사금 9년(서기 32)조이다. 서울(서라벌) 6부(部) 부녀자를 둘로 나누어 7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 길쌈시합을 벌여 패자가 승자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는데, “이에 노래와 춤과 온갖 유희가 일어나 이를 가배(嘉俳)라 했다”는 기록이다. 조선 초기의 가요집 ‘악학궤범(樂學軌範)’에 실린 고려 가요 ‘동동(動動)’은 “팔월 보름은 가배 날이건만 임을 모셔 지내야만 오늘이 진짜 가배로다”라고 고려와 조선도 추석을 즐겼음을 말해준다.

    반면 영고·동맹·무천은 그 자취를 찾기 어렵다. ‘삼국사기’ 제사조는 신라가 1년에 지내는 여섯 번 제사를 적고 있는데 8월 15일은 있지만 10월은 없다. ‘삼국유사’ 가락국기(駕洛國記)도 시조 김수로왕에게 매년 다섯 번 제사 지낸다는데 8월 15일은 있지만 10월은 없다. ‘수서(隋書)’ 백제전도 ‘매 계절의 중월(仲月:2·5·8·11월)’에 국왕이 제사를 지낸다는데 역시 10월 제사는 없다. 반면 일본 승려 원인(圓仁)은 9세기 중엽 당나라 기행문인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서 산동(山東)반도 등주(登州)에 있던 신라 사찰 법화원(法華院)에서 추석 축제를 지냈다는 경험담을 전하고 있다.

    한(韓)의 5월 축제는 단오로 계승되고, 가배도 한가위로 계승되었는데 왜 10·12월 축제만 사라진 것일까? ‘후한서’ 같은 중국 기록 외에 10·12월 축제에 대한 우리 기록이 전혀 없다는 점이나 북만주의 부여가 음력 12월 혹한에 축제를 열었을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현실은 이런 축제의 존재 자체에도 의문이 든다. 또한 중국 기록은 무조건 신봉해 교과서에 실으면서 추석은 빼놓은 우리 현실에 대한 반성도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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