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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뢰, 왜 무서운가] 기뢰, 수중에서 터지면 '버블 제트' 효과

  • 입력 : 2010.03.30 02:58 조선

배 직접 타격때보다엄청난 위력 발휘
버블팽창·수축·팽창·붕괴하며 물 빨아들여, 고압의 물대포처럼 함정 강타해 두동강내

1999년 6월 14일 서(西)호주 앞바다에서 벌어진 군사 실험은 기뢰나 어뢰가 수천t급의 군함을 얼마나 쉽게 두 동강 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당시 호주 해군 잠수함 판콤호(號)는 퇴역을 앞둔 2700t급 대잠 호위 구축함 토렌스호를 향해 마크-48 어뢰를 쐈다. 이 실험에서 중요했던 건 파괴력 극대화를 위해 어뢰를 토렌스호에 직접 맞히지 않고 토렌스호 밑바닥을 지날 때 터지게 한 점이다. 어뢰가 수중에서 터질 때 발생하는 '버블제트(bubble jet·일종의 물대포) 효과'를 보기 위해서였다. 기뢰 역시 수중에서 터지면 똑같은 효과를 낸다.

기뢰나 어뢰가 이번 침몰 사고의 원인이라면 천안함을 두 동강 낸 주범도 버블제트일 가능성이 높다. 어뢰나 기뢰가 수중에서 폭발하면 강력한 충격파와 함께 고압의 가스 버블(거품)이 발생한다. 우선 물에 전파된 충격파가 함정 밑바닥을 때리고 나면 급속히 부풀어오른 버블이 함정을 들어올리게 된다. 이때 함정은 활처럼 휘게 되고 함정 안에선 붕 뜨는 느낌을 받는다.

한껏 부풀었던 버블은 압력이 떨어지며 수축하는데 이때 함정 중심부가 아래 방향으로 처지며 선체에 균열이 일어난다. 수축된 버블은 2차 팽창을 하며 함정을 다시 들어올린다. 이 과정에서 버블은 아랫부분부터 깨지면서 주변의 물을 급속히 빨아들인다. 이렇게 빨려 들어간 물이 고압의 물대포처럼 분출되는데 이것이 수직 방향으로 함정을 강타, 두 동강을 나게 한다. 이 현상을 버블제트 효과라 한다.

1999년 실험 당시엔 버블제트로 인한 물기둥이 수면 위로 150m가량 치솟았다. 천안함처럼 두 동강 난 토렌스호의 함미 부분은 곧바로 침몰했고, 함수 부분은 수시간 떠있다 결국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국내 수중 폭발 분야의 권위자인 국책 연구소 소속 A연구원은 "절묘한 것은 버블로 인한 공명(共鳴·resonance)현상이 파괴력을 몇배 증폭시킨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함정에도 고유의 진동 주기가 있으며, 가스 버블이 팽창→수축→팽창→붕괴하는 주기가 이 주기와 비슷하다는 게 A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버블로 인해 함정이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휨 현상이 심해지고 이것이 심각한 균열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기뢰나 어뢰가 수중에서 폭발하면 이처럼 1차 충격파 외에도 버블제트와 공명현상이 더해져 함정을 두 동강 낼 정도의 파괴력이 발생한다.

기뢰나 어뢰의 폭발 위치도 중요한 변수다. 선박 바닥엔 배의 척추에 해당하는 용골(keel)이 길이 방향으로 지나간다. 이것이 끊어지지 않으면 배가 두 동강 나기가 힘들다. 기뢰나 어뢰가 최대한 배 중앙부 가까이에서 폭발해야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폭발 충격 직후 함정이 우현으로 급격히 90도 기울었다는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증언과 관련, A연구원은 "폭발 위치 때문이라기보다는 함정이 두 동강 나면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불구명리 불구영
글쓴이 : 수미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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