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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세인트폴 대성당 입장료는 우리 돈으로 1만8000원 안팎이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1만원 이상을 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나라(奈良)의 호류지(法隆寺)가 8000원, 태국 방콕의 에메랄드사원이 5800원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경주 불국사가 4000원, 속리산 법주사와 지리산 화엄사가 3000원, 가야산 해인사는 2000원이다.

 

▶우리 사찰 입장료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적은 편인데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징수방법 때문이다. 불국사를 제외한 대부분 유명 사찰은 국립공원 안에 들어 있고, 국립공원 매표소에서 공원 입장료와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함께 받아 왔다. 그래서 절 근처에 가지도 않는 사람들까지 문화재관람료를 내야 했다. 등산객과 탐방객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에는 한 시민단체가 분리 징수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사찰들은 절을 찾지 않는 사람들까지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근거로 국립공원의 상당 부분이 사찰 땅이라는 점을 든다. 바다를 제외한 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8.3%가 사찰 소유지다. 특히 주요 등산로나 매표소처럼 꼭 거쳐야 하는 지역의 많은 부분이 사찰 소유이고 공원 여기저기에 사찰 소유 문화재가 있어서 이곳을 지나는 사람은 문화재관람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도 대부분 탐방객에겐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더구나 새해부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곳곳에서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둘러싼 시비가 일고 있다. 사찰 직원들이 문화재관람료를 계속 거두고, 일부 사찰은 공원 입장료에서 받던 지원금이 끊겼다는 이유를 들어 오히려 관람료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사찰 측은 문화재 관리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제 국립공원을 홀가분하게 드나들 수 있다는 소식에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찾았던 사람들은 돈 내라고 내미는 손에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불교계에도 사찰 문화재관람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꽤 있다. 지난해 초 한 불교언론이 불교계 여론 주도층을 설문 조사했더니 문화재관람료 폐지에 찬성한 사람이 42.3%나 됐다. 이들은 사찰들이 문화재관람료 수입에 너무 의존하면서 자생력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사찰 문화재관람료는 절에 들어가는 사람에게만 받고, 문화재 관리에 필요한 비용은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이선민 논설위원 sm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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