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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정아 동국대 교수의 ‘가짜 박사학위’ 소동에 이어 KBS 라디오 ‘굿모닝 팝스’ 진행자 이지영씨의 영국 브라이튼대 학·석사 이력도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진짜 학력은 고졸이고 영국에서 어학원 1년, 기술전문학교 1년을 다녔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씨는 라디오 영어강좌를 7년간 맡아왔고 학원가에선 ‘스타 영어강사’로 통했다. 어제는 만화가 이현세씨도 자기 학력이 ‘대학 중퇴’가 아니라 ‘고졸’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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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정 변화로 거짓말을 구분해내는 연구로 유명한 캘리포니아대 폴 에크먼 명예교수는 “거짓말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뭔가 꾸며내야 하기 때문에 앞뒤 계산이 필요하고, 생각에 과(過)부하가 걸리고, 감정 통제가 잘 안 돼 자기도 모르게 표정·몸짓·목소리가 평소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 거짓말을 오랫동안 한다는 것은 본인에게도 못 견딜 일일 것이다.

     

    ▶이현세씨는 “태어나서 처음하는 인터뷰에서 대학을 중퇴했다는 거짓말을 했고 그로부터 학력은 25년간 내게 벗어날 수 없는 핸디캡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나의 핸디캡을 드디어 인정하고 극복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씨는 만화로 성취와 명성을 쌓아올린 사람이다. 만화를 보면서 작가의 학력이 어떤지 따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씨 입에선 불쑥 ‘대학 중퇴’라는 말이 나와버렸다. 어엿한 학력 없이는 대접받기 힘든 풍토에서 비롯된 ‘학력 콤플렉스’일 것이다.

     

    ▶우리 대학은 “졸업장이라는 신분증서를 발행하는 신분 판정기관”이라고 호통친 교수가 있다. 학력(學歷)만 중요하지 학력(學力)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선 대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어느 대학, 어느 과 나왔다는 것으로 사람 대접이 결정된다면 밤잠 안 자고 공부해 실력을 쌓아봐야 헛일인 것이다.

     

    ▶인터넷을 보면 “신정아씨는 ‘미술계의 황우석’이 아니라 ‘미술계의 중졸(中卒) 서태지’가 맞다”는 의견도 있다. 실력은 있는데 학벌 장벽을 뚫지 못해 거짓말을 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졸업장만 있지 실력은 없는 사람도 많다. 졸업장이 없다고 해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건 ‘학력 신분사회’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거짓말은 안 된다. 가짜 학력으로 실력을 치장하는 일이 판치면 이 세상은 누구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강파른 사회가 돼 버린다.

     

    한삼희 논설위원
    입력 : 2007.07.19 23:00 / 수정 : 2007.07.1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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