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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양떼와 캥거루의 나라’일 것이다. 한반도의 35배나 되는 광대한 국토에 자원이 풍부하고, 러셀 크로·멜 깁슨·니콜 키드먼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을 배출한 나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호주는 우리나라의 제8위 교역국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호주 수출액은 38억달러, 수입액은 99억달러로 무역수지 적자가 60억달러를 넘었다. 우리가 호주에서 들여오는 상품은 석탄(22억달러), 원유(17.2억달러), 철광석(9.5억달러), 육류(5.5억달러), 알루미늄(4.5억달러). 니켈(3.8억달러) 등 주로 기초 에너지, 광물 자원이다.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에너지·자원 외교에서 호주는 톱 클래스에 올려야 할 나라다.
좀 더 들여다보면 호주는 선진국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1992년부터 15년 내리 경제 호황을 이어가며 부러움을 사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지난해 호주 출산율이 1.81명으로 10년 만의 최고를 기록하고, 존 하워드 총리가 올해로 집권 10년을 넘어 역대 두 번째 장수 총리로 이름을 올린 것도 이런 경제 성적표 덕분이다.
그 바탕에는 세계 각국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호주의 정부개혁·노동개혁·시장개혁 정책이 있다. 주목할 부분은 1980년대의 노동당 정권이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시동을 걸었다는 사실이다. 우선 노총위원장 출신인 봅 호크 총리는 1983년 집권하자마자 노조를 설득해 임금인상률을 물가상승률 이하로 억제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노동개혁에 나섰다.
이어 폴 키팅 총리(노동당)는 1993년 ‘노사관계 개혁법’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각 분야별 최저 임금과 근로조건을 정해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방식을 바꿔 각 기업이 노사 합의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노동당 정권이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자신의 최대 지지 기반인 산별 노조, 전국 노조의 힘을 빼는 정책을 편 것이다. 노동당 정권은 28개 중앙 부처를 16개로 통합하고, 금리와 외환시장을 자유화하고, 금융산업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다.
1996년에 집권한 하워드 총리의 자유·국민당 연립정권은 개혁의 속도를 더 올렸다. 대표적인 것이 1999년 정부 회계 기준을 기업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정부 업무에 대해서도 기업처럼 수익과 성과를 잴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부 소관 업무와 공기업의 성과와 효율성을 따져 공공 부문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민영화·기업화하거나 외주(外注)로 넘겼다. 정부에 기업의 경영 관리방식을 도입하고, 민간 부문과 경쟁하도록 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공무원 늘리고 세금 올리겠다는 한국과는 정반대다. 현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만 기록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원시적 회계방식으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호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호주 민주주의를 수입했으면 좋겠다. 돈은 얼마든지 지급해도 좋으니 당장 수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호주 정치에서도 배울 점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15년 장기호황의 호주 경제를 제쳐놓고 호주 민주주의만 부럽다고 한 것은 선후(先後)와 경중(輕重)이 뒤바뀐 것이다.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까지 국내 정치에 대해 푸념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기업체 사장이 외국에 출장 가서 비즈니스는 뒷전으로 미루고 제 회사 흉만 본다면 그 회사 직원들이 일하면서 신바람이 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