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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맹(冊盲) [만물상]
    2006년 12월 18일
    • 靑峰
    • 작성자
    • 2006.12.18.:10

     중국 전한(前漢) 때 재상을 지낸 유학자 광형(匡衡)은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몹시 좋아했다. 그러나 집안이 가난해 낮엔 일하고 밤에 책을 볼 수밖에 없었다. 등불 켤 기름이 없어 고심하던 그는 이웃집 벽에 몰래 구멍을 뚫어 거기로 들어오는 불빛에 책을 읽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책 읽는 것을 가리키는 고사성어 ‘착벽인광’(鑿壁引光)이 거기서 나왔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엊그제 발표한 ‘2006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국민 24.1%가 지난 한 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책맹(冊盲)’이라고 한다. 1994년 13.2%이던 책맹은 1999년 22.2%로 늘더니 이제 국민 4분의 1에 이르렀다. 1인당 평균 독서량은 2년 전 11권에서 올해 11.9권으로 늘었지만, 이는 책 보는 사람이 전보다 더 많이 읽기 때문이다. 독서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고 있는 셈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느는 것은 책 읽을 등불이 없어서가 아니라 책 말고도 즐거움을 주는 것들이 갈수록 많아지기 때문이다. 작가 존 스타인벡은 이미 20세기 중반에 “라디오·TV·영화와 겨루며 책이 유지해온 것은 경탄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20세기 말부터 등장한 인터넷과 뉴미디어들은 이전보다 훨씬 큰 위협을 던지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조사에서 독서 진흥 방안을 묻는 설문에 응답자들은 ‘공공도서관 증설’과 ‘독서교육 활성화’를 들었다. 한국의 공공도서관은 2005년 514개로 국민 9만3957명에 하나꼴이다. 영국(1만2741명)이나 스페인(8189명)과는 비교도 안 되고 터키(4만6785명)의 절반 수준이다.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벌이는 ‘아침 독서’ ‘북스타트’ ‘한 도시 한 책(One City, one Book)’등 독서운동들은 걸음마 단계다. 우리는 아직 책 읽는 사회를 향한 기반과 분위기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다.

     

    ▶책맹 눈뜨기는 책 읽는 즐거움을 깨닫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초등학생은 만화, 청소년은 무협지와 추리소설, 어른은 실용·취미 도서를 많이 읽는다고 했다. 사실상 책맹이 통계 숫자보다 많고 또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프랑스 작가 모루아는 “책 읽기는 책이 우리에게 속삭이며 우리 영혼이 그것에 대답하는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가족·친지·친구 중에 책맹 비슷한 이가 있다면 이 해가 가기 전에 좋은 책 한 권 선물하면 어떨까.

     

    이선민 논설위원 sm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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