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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재미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세요.” 내가 자주 받는 질문이다.
다들 ‘한국 음식이 맛있다’ 같은 답변을 기대하는 듯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을 꼽는다면 단연 ‘시내버스 타기’다.
정말 스릴 만점이다. 친구가 일본에서 놀러 오거나 하면 꼭 버스를 타 보라고 권할 정도다.
여기 잠깐 다른 나라 이야기. 인도, 네팔을 여행할 때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탄 적이 있다.
맹렬하게 돌진하는 버스. 그리고 이에 질세라 맞은편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는 버스.
‘부딪친다!’고 생각한 순간 맞은편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인도에서는 ‘신이 지켜 주시기 때문에 절대 부딪치지 않는다’라고 한다.
이 말이 인도 사람의 입에서 나오면 왠지 ‘음…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라는 식으로 수긍해 버리게 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국에서 버스 타기. 교통량이 많은 대도시 한복판이라 더욱 이색적이다.
속으로 ‘위험해!’를 연발하게 만드는 아찔한 차선 변경이 이어지다가
커브를 돌 땐 버스가 옆으로 누워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우뚱.
앞차와의 간격이 겨우 몇 ㎝에 불과할 정도로 아슬아슬 정차하는 놀라운 기술.
좌석 손잡이를 땀이 나도록 꼭 붙잡고는 발로 급브레이크를 마구 밟는 어설픈 바보는 나 혼자다.
버스를 탄 승객들은 미동도 없이 다들 듬직하게 버스의 격한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있다.
그런데 나도 어느새 이런 신나는 버스 타기에 익숙해져서인지 일본에 가서 버스를 타면 답답해진다.
그래서 도리어 안절부절, 그러곤 속으로 이렇게 외치게 된다는 것. ‘아저씨 좀 빨리 빨리!’